장로교복지재단 고문변호사 위촉 김재복 안수집사 “믿음 없었으면 감옥 갔을지도…”
“청년들은 꿈을 어른들은 사랑을 품어야”
“늘 기도하지 않으면 판결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판결문을 쓸 때마다 하나님께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며 매달렸지요.”
사람의 직업 중 신의 영역에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직업, 판사. 그 중에서도 19년간 주요 법원을 거쳤고 ‘단군 이래 최대액 판결’이라고 불렸던 5조원대 삼성차 채권 회수 소송, 1996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등 중대한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라면 어느 정도 권위적이고 자존감이 높다 해도 무리가 아닐 터. 그러나 그 주인공인 김재복(51·법무법인 로고스 소속·명성교회 안수집사·사진) 변호사에게서는 그런 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개인 인터뷰를 고사해 왔던 그를 최근 한국장로교복지재단 고문변호사로 위촉된 것을 계기로 만났다.
◇하나님과 동행한 삶=“육신의 아버지를 중학교 시절 여의었기 때문에 하나님 아버지께 더 기대게 되었지요.” 대구 변두리 농촌에서 태어난 김 변호사는 어린 시절 누나 등에 업혀 교회에 다니며 신앙을 갖게 됐다. 가난 속에서 고려대 법학과에 진학하고, 졸업과 동시에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연수원을 마쳐 판사로 임용될 때까지 말 못할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그는 “하나님이 늘 동행하셨다”고만 설명한다. 군법무관 시절에는 잠깐 자유로움에 빠져 신앙에 소홀해졌는데 판사 일을 하면서 다시 하나님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다.
“재판정에서는 사람들의 거짓말을 주로 듣게 됩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가려내고, 유무죄를 판결하고 형량을 정하고, 어려움의 연속이었죠. 돌아보면 공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건 모두 하나님 은혜입니다.”
◇신앙의 전환점=91년 명성교회에 나가게 되면서 그의 신앙생활은 폭이 넓어졌다. 새벽예배에 열성적으로 참석하고, 아무리 바빠도 세 번의 주일예배를 드리게 됐다. 집에서건 사무실에서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고 기도한다. 특히 97년부터 대학부 부장 교사로 봉사하며 1500여명의 청년들에게 멘토 역할을 해오고 있다. 여름이면 청년들과 아프리카 등으로 선교를 다녀온다.
지난해 공직을 떠나 변호사가 된 후로는 무료 변론, 무료 법률상담 등 사회적 봉사도 하고 있고 이번 복지재단 고문변호사 제안도 “제가 가진 전문성으로 봉사하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라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변호사로서 일할 때도 그는 의뢰인과 상담해 보고 정의롭지 못한 일이면 과감히 거절한다.
“판사로서 숱한 범죄자들을 보며 ‘예수 안 믿었으면 나도 어디선가 죄를 짓고 감옥에 갔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습니다. 하나님 은혜로 이렇게 잘 살게 됐는데 하나님 뜻대로 사는 게 도리 아니겠습니까.”
◇청년들과 아버지들에게=대학생인 두 아들에게, 교회 대학부에서 만나는 청년들에게 김 변호사는 늘 “하나님이 주시는 꿈을 품으라. 어려울 때도 낙심하지 말고 기도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이렇게 신앙 훈련을 받으니 나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권면한다.
김 변호사는 자신 또래의 아버지들에게도 귀중한 조언을 전한다. “젊은이들을 좀 더 사랑해주고, 좀 더 믿어줍시다. 요즘 젊은이들이 힘겹게 공부하고 취직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잘못이 아닙니까. 사랑으로 대하면 그들은 세상에 나가 다른 이들,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의 고통받는 이들을 사랑할 것이고, 그러면 하나님이 기뻐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글=황세원 기자, 사진=최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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